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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0

“City of exposed intestines”

베를린에서 켐튼으로 돌아오는 늦은 저녁 기차 안, 베를린 스토리 벙커에서 산 책 ‘Berlin Today’를 읽던 나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 은유다. 베를린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들이 남긴 유해들이 단일한 기준 없이 여기저기 적나라하게 존재감을 뿜으며 널브러진 상태로 콜라주되어 있다. 양파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서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는 곳이다. 역 하나하나에도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물론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음식 등 감각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도 풍부하다.

multi-layered, multicultural, chaos, parallel, naked, fragment, polychronic, juxtaposed, brutal, overlapped, …

기록

Day 1. 0404
Day 2. 0405
Day 3. 0406
Day 4. 0407
Day 5. 0408
Day 6. 0409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그냥 텔레포트한 것처럼 이동을 하지만 가끔 내가 물리적으로 이동했음을 간과하게 된다는 사실이 아쉬울 때도 있다. 교통수단이 없었다면 직접 걸으며 새겨졌을 이동의 감각이 기차 또는 버스 노선도로 쉽게 대체되어 버리는 거니까. 그래서 여행을 정리하며 갔던 곳들을 잇는 지도를 그려 보았다. 이렇게 보니 날마다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의 4일 내내 연결되어 있는 한 지점이 바로 숙소다.

의의

소도시 켐튼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한 달째가 되었다. 다른 도시는 근처의 뮌헨과 아우구스부르크를 당일치기로 몇 번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이번 베를린 여행은 인생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이틀 이상의 여행이었다.

떠날 때의 마음가짐이 어땠는가 하면, 소논문 10장 쓰는 과제 마감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시작을 안했다는 것과 지난 한 달 동안 적응하기 바빠 한국에서 가져온 프로젝트도 거의 진행을 못 한 점이 약간 걸리는 상태였다. 그래서 기차에서도 편히 쉴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100% 자유롭게 놀고 쉬기만 하는 휴가란 건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무 책임감이나 근심걱정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되는게 불가능할 뿐더러 일의 사이사이에 휴식이 있어야 일을 지속할 수 있듯이 휴식의 사이사이에도 일이 있어야 휴식이 지속가능해진다.

소논문의 주제는 ‘Russian Communication and Its Historical Root’였다. 그래서 베를린 여행 내내 할 수 있다면 그 주제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기로 했다. 주제가 있는 건 좋은 일이다. 돌아보면 삶에서 이렇다할 주제가 명확하게 존재했던 시기는 항상 기억에 오래 남았고 미래에도 눈에 확실히 보이는 영향을 끼치곤 했다. 베를린 여행 중 러시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좀 생각하는 게 과제에 지대한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얼기설기 어지럽게 얽혀 있는 독일의 근현대 역사에서 러시아가 나올 때마다 집중할 수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켐튼과 베를린 사이의 이동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켐튼에서 베를린까지는 일반 기차로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고속열차나 플릭스버스를 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월정액인 도이칠란드티켓이 있었고 그래서 가능하면 추가 지출을 안 하고 싶었다. 도이칠란드티켓으로는 고속열차를 제외한 일반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대신 기차가 취소되거나 연착되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동에 11시간을 잡고 그동안 아예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11시간은 낭비되는 가치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니까.

이번 여행을 통해 얻어가고 싶었던 것은 우선 ‘첫 여행’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독일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블로그 글이었다.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고, 갔던 장소들과 방문한 시간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상세히 기록했다.

타임라인

베를린 여행 하루 전에 세부 계획을 세웠다. 구글맵에 가고 싶은 곳을 전부 넣어두고, 위치가 비슷한 곳끼리 덩어리로 묶고, 각각의 장소를 검색해서 여는 날짜와 시간을 고려해 최종 계획을 짰다.

하루는 크게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일정을 분담했다. 여행하면서 타임라인은 계속 수정되었다. 그래서 여행을 마침으로써 타임라인이 완성되었다. 이게 완성본이다.

Day 1(4 금): 이동

  • 6시반 기상, 짐싸기
  • 7시 샤워
  • 8시 - 9시반 독일어수업
  • 10시 Kempten Hbf 도착
    • Kempten Hbf-Augsburg Hbf 58분 / 9분
      • 코딩
    • Augsburg Hbf-Nürnberg Hbf 2시간 / 9분
      • 점심
      • 코딩 - 모달 만들기
      • 영상통화
    • Nürnberg Hbf-Saalfeld 2시간 반 / 32분
      • 충전
      • 논문 읽기
    • Saalfeld-Halle Hbf 2시간 / 15분
      • 자료 모으기
      • 레베 가서 데이터 크레딧 충전
      • 저녁
    • Halle Hbf-Dessau Hbf 49분 / 24분
    • Dessau Hbf-Berlin Hbf 1시간 39분
  • 10시 도착
  • 10시 반 숙소 체크인

Day 2(5 토)

  • 오전
    • 카운터에서 바디워시 샴푸 구매
    • Rossman에서 자물쇠 구매
    • 9시 Marheineke Markthalle
    • Topography of Terror
      • 입장료, 오디오가이드 무료
    • Checkpoint Charlie
  • 오후
    • 짐 놓고 잠그기
    • Duo sicilian
    • Jewish Museum Berlin(Jüdisches Museum Berlin)
      • 입장료 무료
      • Public guided tour 학생증 3유로, Old building, 토요일 3시, 추가 비용?
    • 수건 대여해서 샤워, 폰충전
    • Hackesche Höfe
    • Kebap
    • Hackesche Höfe Kino

Day 3(6 일)

  • 오전
    • Berlin Wall Memorial
    •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
    • 맥북과 충전기 가방에 넣어서 자리잡고 점심먹고 준비
    • 12시 디스코드모임
  • 오후
    • Die Berliner Mauer
    • East Side Gallery
    • Berlin-Hohenschönhausen Memorial
    • 5시 Kino central
    • Aldimashqi

Day 4(7 월)

  • 오전
    • Soviet war memorial treptow
    • 9시 DDR Museum
      • 학생할인 8유로
  • 오후
    • Berlin Story Bunker
      • 오디오가이드 포함, 학생할인 9유로
    • She said
    • English book nook
    • 5시 투굿투고 brezel company
    • Anti-Kriegs-Museum
      • 입장료 무료
    • 샤워, 투굿투고 후기

Day 5(8 화)

  • 오전
    • 가계부정리, 빵먹기
    • 9시 체크아웃
    • 10시 Museum Berlin-Karlshorst
      • 입장료 무료
    • Brandenburg tor
  • 오후
    • 2-8 Staatsbibliothek
      • 논문 2장 쓰기
    • 9시반 Neohostel 체크인
    • 맥주병 충전기로 열기 성공

Day 6(9 수)

  • 7시 기상, 조식 먹기
  • 체크아웃
    • 기차타고 돌아오기

├── 백팩/
│ ├── 노트북, 필통
│ ├── 충전기 파우치/
│ │ ├── 노트북충전기, 폰충전기, 보조배터리
│ ├── 화장품 파우치/
│ │ ├── 로션, 클렌저, 선크림, 립밤, 인공눈물
│ ├── 지퍼백/
│ │ ├── 칫솔, 치약
│ ├── 옷 파우치/
│ │ ├── 속옷, 양말, 샤워볼, 잘 때 입을 옷
│ └── 백팩 앞주머니/
│   └── 집 열쇠, 머리끈
└── 작은 어깨가방/
  └── 지갑, 여권, 이어폰

옷은 최대한 겹겹이 입고가서(긴팔+후드집업+외투) 따로 안 챙겼다. 6일동안 같은 옷을 입었다.

가져올걸 후회한 것들

  • 수건, 바디워시, 샴푸: 호스텔에는 어메니티 없다. 카운터에서 돈내고 대여하거나 사야 한다.
  • 자물쇠: 호스텔 사물함에 자물쇠 없다. 난 호스텔 근처 Rossman에서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