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할 때 식권을 같이 줬다!
오랜만에 빵이 아닌 조식으로 배를 채우고 체크아웃하고 출발했다. 다시 켐튼으로.
파란 포카리스웨트 바이에른 기차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전날 도서관에서 과제 했으니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쉬었다.
작은 해프닝이 두 개 있었다. DB 앱에 RE/IC 이렇게 슬래시로 구분된 RE와 IC가 같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냥 둘 다 오는가보다, 둘 다 똑같은 정류장으로 간다는 건가보다 했다. 근데 RE는 안오고 IC밖에 안 왔다. 도이칠란드 티켓으로는 IC 못타니까 그냥 보냈다. 이때 물어봤어야 하는데 난 당연히 RE도 나중에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거기 있던 직원분한테 여쭤봤다. 그냥 똑같은 기차니까 IC 타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두 시간 더 기다려서 다음 IC를 타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폰으로 검색을 했더니 타는 게 맞는 것 같긴 했지만 혹시나 벌금을 물어야 할까봐 불안했다. IC를 탔고 검표원에게 도이칠란드티켓을 보여줬더니 별말없이 가셨다.
두 번째 해프닝 또한 승강장에서 두 시간을 더 기다리게 만들었다.
기차 취소와 연착
아우크스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갑자기 취소되었다. 뮌헨 가는 ICE가 있길래 기차가 취소됐는데 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거절됐다. 내가 1시간 반 동안 기다리고 있던 그 기차는 그 후로도 20분 더 지연되었다. 해는 떨어지고 추워지는데 얼마나 더 지연될지 모르니까 똥줄이 탔다. 다들 승강장에 와 있는 기차에 탑승하고 멈춰서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얼마 후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정거장에 오자 안심이 됐다.
그때 이런 것들을 적어놓았다.
- 베를린에 갈 때 계획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은 것이 특이한 경우였다. 앞으로는 갈아타는 횟수가 너무 많은 기차여행은 하지 않겠다. 도이칠란드티켓은 실제 기차 가격보다 굉장히 싼가격에 타게 해주는 거기 때문에 환불정책이 제대로 돼있지 않고, 기차가 연착되거나 갑자기 취소되어서 망한 상황이 되어도 ICE IC를 대신 타게 해주지 않는다. 환멸나서 홧김에 다음달 도이칠란드티켓을 취소했다.
- 지금까지 db 연착에 대한 온갖 안좋은 얘기를 봐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근데 밤에 이런상황을 맞으니 억울함이 치솟는다. 블로그를 찾다보니 db는 정시율이 60정도인 반면 한국 지하철은 90퍼센트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우리나라의 좋은 점도 외국에 나가야 알게 되는 거구나. 우리나라 지하철 정시율을 90대로 만들어주고 있는사람들에게 무진장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역시 하루 연장을 하지 말걸 그랬다. 아쉬울 때 떠나는 거라는 말을 이제야 알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다. 하루 연장 하길 잘했고 도이칠란드티켓 다시 살거고 앞으로도 계속 독일 내 이동은 도이칠란드티켓만 쓸거다.
목이 말랐다. 음료수 하나만 먹으면 모든 억울함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의식을 지배했다. 위층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자판기가 있었다. 레몬탄산 이온음료 한 모금만에 살 것 같았다.
그렇게 2시간동안 앉아있다가 기차 타니까 등 따시고 천국에 온 것 같았다. 베를린 스토리 벙커에서 산 책 읽고, 차내가 건조해서 남은 인공눈물 다쓰고, 맞은편 앉은 할아버지가 자꾸 자기 팔 딱지 뜯는거 애써 모른척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고향(?) 켐튼에 도착했다.
Das 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