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환학생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소심하고 의존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어서였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고, 행동이 바뀌는 것은 곧 성격이 바뀌는 것과 같은 말이다. 원하는 결과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른다 해도 일단 새로운 환경에 던져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선택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외국에 온 지 하루만에 내 행동이 바뀌었음을, 즉 성격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하루종일 내뱉는 언어들 중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인간관계 유지 목적의 언어(phatic language)가 더 많다는데, 나는 그런 걸 어색해하고 어려워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는 대학에 와서 발표연습을 많이 하고, 발표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수업도 들으면서 어찌저찌 길렀지만 인간관계 유지 목적의 언어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타고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언제든지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습득하는 방법은 관찰과 모방이다. 나는 스스로를 외국인, 또는 사회화 이전 아기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관찰과 모방을 다시 배운 기분이다. 낯선 땅에 발을 들인 외국인으로서 빵가게에서 옆사람이 입으로 어떤 소리를 내고 어디를 쳐다보며 어떻게 주문하는지, 마트 계산대에서 내 앞 차례 손님이 직원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필사적으로 관찰해야 했다. 관찰한 것을 내 차례가 왔을 때 즉각 모방했고, 원하던 결과(제품을 구매함)를 얻었다. 이 경험으로 얻은 자신감은 꽤 신선했다. 첫 심부름으로 혼자 물건을 구매한 꼬맹이가 느낄 만한 감각.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내 나라에서도 계산대 직원은 말을 했을텐데, 내가 그걸 이렇게 주의깊게 들어본 적이 있었나? 그 말을 제대로 받은 적이 있었나? 말 없이도 물건은 살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같은 말을 하는지, 왜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how are you, good morning 같은 인사치레를 하는지 과거의 나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계산대 직원과의 짧은 상호작용이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닌 익숙함으로 다가옴을 자각할 때, 외국인이 되어보기로 한 선택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