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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한 학기 동안 선형대수와 영어학개론을 영어 원서로 공부했다. 그 과목과 관련된 명사와 동사가 영어로 저장되니 질문도 영어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영어학개론에서 phonology, allophone, phoneme, phonotactic 같은 용어들을 굳이 한자로 된 한국어 단어를 찾아 같이 알 필요가 없다. (지금 찾아보니 각각 ‘음운론’, ‘이음’, ‘음소’, ‘음소배열론’이라고 한다.) 또 선형대수에서 to invert a matrix, inverts, was inverted, inverting, Inverse of a matrix, Inverse matrix, is invertible, inversion같이 ‘invert-‘라는 단어 하나를 굴절, 파생시켜 쓰는 말들을 한국어로 옮기면 Inverse Matrix는 ‘역행렬’, invertible matrix는 ‘역행렬이 존재하는 행렬’, to invert the matrix는 ‘행렬의 역행렬을 구하다’ 또는 ‘행렬을 역으로 만들다’ 이런식으로 한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복잡해진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chatGPT와 영어로 문답하다 보니, 처음으로 나의 일상에서 영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한 영역이 아주 조그마하게나마 생겨났다. 인도인들은 학교와 직장에서는 영어를, 가정에서는 힌디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한 영역의 아웃풋도 자연스럽게 그 영역의 공식 언어로 나올 텐데, 이 웹사이트의 글도 영어로 쓰게 되지 않을까? 방문자의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로 모든 글을 통일하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존재하는지도 모를 가상의 유저에게 모든 걸 맞출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내가 쓰고 싶은 언어를 쓰기로 했다. 하나의 노트 안에서 두 가지 이상의 언어가 불규칙하게 뒤섞이더라도 말이다.

한국어와 영어

서로 다른 두 언어가 생각에는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칠까? 며칠 전 ‘플루언트: 영어 유창성의 비밀’ 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을 대충 이런식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먼저 영어는 한국어보다 추상적이다. 영어에서는 -ness같은 접미사를 붙여 간단하게 추상적인 단어가 만들어지지만 한국어로의 번역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영어 문장은 한국어 문장보다 행위의 방향?이 딱 정해져 있다.

분류하는 방법. 영어의 분류는 서랍 같아서 가축이라는 분류 중 소를 선택하고, 모든 소들 중 determiner 같은걸 붙여 딱 내가 말하고자 하는 소를 선택한다. CSS selector의 원리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는 전체 맥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찾아 들어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개발 과정을 한국어로 풀어 쓸 때 묘하게 걸리는 점이 있다. 한국어가 익숙한 나머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어를 파인튜닝해서 여러가지 뉘앙스가 함축되어 있는 말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태도와 느낌, 즉 connotation을 분리하는 것이 힘들다. 물론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먹인다’, ‘-를 만들어준다’, ‘쫘악~ 나온다’ 같은 ‘나’의 시선이 강조된 말들을 덜 쓰고 싶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개발일지를 쓸 때는 영어로 쓰는걸 시도해 볼까 한다.

영어로 완벽한 글을 쓸 수 있을까?

technical writing tips for non native english speakers

Your first paragraphs will suck.

Sucking at something is the first step toward being good at something.